​

폴리카보네이트는 투과 transmission 혹은 투영 projection의 방법으로 빛을 다룬다. 투명할수록 투과는 잘 되나, 투영되지 않는 재료의 특성상 둘을 동시에 연출하기는 쉽지 않다. 레이더 실험이 진행될 때는 건물의 내부에 사람이 없기 때문에 조명을 킬 필요가 없고, 단지 실험 상황을 외부에 표현하기 위해 건물 내부를 상시 밝히는 것은 불필요하게 많은 에너지 낭비하는 일이다. 그래서 우리는 레이더 실험 중에 내부 조명을 키지 않고 사인을 줄 방법을 고안했다. 빛의 투영이 잘 되는 낮은 투명도의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해 폴리카보네이트 면에 직접 조명을 투영시키는 것이다.

​

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성에가 낀 듯한 frosted 재질의 투영이 거의 되지 않는 높은 투명도의 폴리카보네이트이다.  주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낮 시간대에 내부 공간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. Frosted 폴리카보네이트는 빛뿐만 아니라 주변의 색상도 투과시키기 때문에 닫힌 실내 공간에서도 열린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. 또한 낮에 외부에서 건물을 보면, 주변의 은색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지어진 기존 건물의 외장과 비슷하게 하늘이 반사되어 완전히 다른 재료를 사용했음에도 두 건물 간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. 해가 질 무렵 낮게 깔리는 서향 빛이 건물의 외벽에 드리우게 되면, 건물은 자체적으로 발광을 하게 되며, 불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.

​

문제는 건물이 애초에 컨셉으로 삼았던 하나의 커다란 사인이 되기 위해서는 조명이 면에 투영되어야 하는데, 빛이 투과되어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. 이에 우리는 조명의 빛 투영 길이가 짧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건물의 입면을 4분할하고 조인트마다 조명을 설치했다. 4등분 된 건물은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길이가 50cm씩 길어지고 5cm씩 튀어나오게 계획했는데, 건물이 위로 갈수록 좁아 보이는 착시현상을 교정시키기 위해서였다.

​